사케르 인어 AU

✧ 심해에서 사는 인어. 사는 곳은 아주 깊은 심해이나 주로 표해수층에서 시간을 보냅니다. 지나가는 물고기들의 이야기를 엿듣기도, 혹등고래의 등에서 휴식을 취하기도 하면서요. 특별히 이렇다 할 일이 없으니 언제나 무료하다는 듯한 얼굴이 떠올라 있습니다.

 

 

✧ 인간에 대한 호기심이 저조한 편입니다. 100에 30정도. 알아도 몰라도 좋다는 편이지요. 늘 심드렁한 태도로 일관하니 함께 수면 위로 올라가자는 제안을 하기도 머쓱합니다. 그의 기분이 좋다면 한 번쯤 동행해줄 법도 하니 시도는 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 아주 옅은 자수정 색의 머리카락. 빛을 받으면 눈이 부실 정도로 밝게 빛나는 흰색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심해에서 살기 때문에 보랏빛이 생각보다 짙어 보이지요. 매끄러운 비늘 역시 그의 머리칼과 동일한 색으로 빛납니다. 중간중간 그의 눈색과 동일한 녹빛이 보이는 것도 같습니다. 심해에서도 밝게 빛나니 말을 더 얹을 필요는 없어 보이는군요.

 

그가 어렸을 때는 머리카락이 길었습니다. 허리 바로 위까지 오는 길이였지요. 어린 동생들이 심심할 때면 그의 머리카락을 땋으며 놀고는 했다지요. 하지만 지금과는 달리 호기심이 왕성했던 그의 어린 시절. 처음으로 표해수층의 물고기들과 놀던 날이었습니다. 머리카락이 주변의 산호, 바위, 심지어는 다른 물고기의 지느러미에까지 걸리기 일쑤였습니다. 어떤 물고기는 먹이로 착각하여 물기까지 했더라지요. 심각한 불편함을 느낀 그는 당장에 지나가는 게를 붙잡아 머리카락을 잘라달라 부탁했습니다. 순식간에 엉망이 된 머리카락에 기함을 내지른 건 그의 부모님이었지요. 하지만 그 덕분에 지금은 편하게 살고 있으니 괜찮지 않을까요?

 

 

✧ 사케르의 성격은 마치 매끄러운 돌을 떠올리게 합니다. 모나지 않은 성격. 그럼에도 쉽게 마음을 열어주지 않는 것이 묘하게 단단한 느낌이 듭니다. 누구와도 친근하게 지내면서도 그가 그어둔 선을 넘으려 들면 슬그머니 물러나는. 무리를 지어 다니면서도 독립적인 존재처럼 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 그를 중심으로 무리가 지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그가 자발적으로 모은 무리가 아니지요. 수려한 외모 덕분에 몰려든 다른 인어들이 멋대로 그의 주변을 맴돌고 있는 겁니다. 웬만하면 밀어내지 않는 그의 성격 덕분에 기세등등한 건 다른 인어들뿐입니다. 아름다운 그와 친분을 쌓았다는 것만으로 가슴을 쫙 펴고 다니는 것이지요. 하지만 정말 친분을 쌓은 걸까요? 무리 중에서 그와 제대로 말을 섞어본 인어가 있기나 한지, 문득 궁금해지네요.

 

 

✧ 그의 가족은 여러모로 유명한 축에 속합니다. 심해어임에도 아름다운 외관을 가졌다는 사실만으로요. 유언비어가 아니라는 듯 그의 모습은 굉장히 수려합니다. 마치 베타피쉬를 보는 것만 같았지요. 훌륭한 외모는 많은 물고기를 홀리고는 합니다. 그가 의도한 것이 아님에도 말이지요! (이래저래 찾아봤지만 예쁜 심해어는 이름 알아내기가 힘들어서 자세한 이름은 생략하는 것으로~)

 

다른 물고기들에게 시달리는 것이 번거롭다는 이유로, 그의 부모님은 심해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동생들은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심해에서 머무르고 있지요. 그러니 그들의 외양을 표해수층에서 제대로 마주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그뿐이라는 뜻이 됩니다. 그가 모든 물고기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표해수층으로 올라오는 시간대도 매번 다르기 때문에 언제쯤 오는 거냐는 말이 쉼 없이 들려옵니다. 오늘은 언제쯤 올라올까요? 어쩌면 이미 올라왔다 내려갔을지도 모르겠네요.

 

 

✧ 표해수층으로 올라오지 못하는 동생들을 대신해 반짝이고 예쁜 것들을 많이 구해다 줍니다. 사람들이 흘리고 간 보석이나 장신구 위주로 찾는 편이지요. 오로지 동생들만을 위해 구했던 것임에도, 그의 노고에 감사한 동생들이 아름다운 목걸이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가 언제나 목에 걸고 다니는 목걸이가 그 주인공이지요.

 

 

✧ 인간이 바다를 어슬렁거리지 않을 야심한 시각. 그 때에나 수면 위로 올라오고는 합니다. 밤하늘을 수놓은 수많은 별들과 달을 보기 위함이었죠. 사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관심 없었습니다. 달이니 별이니 저가 알 게 뭐랍니까? 하지만 동생들이 제게 쥐여준 목걸이의 정체가 달이라는 이야기를 다른 물고기에게서 듣고 난 후부터 흥미가 끌리기 시작했습니다. 잠이 오지 않는 밤이면 수면 위를 둘러보세요. 인근의 바위에 앉아있는 그를 발견할지도 모릅니다.

 

 

✧ 그가 사는 바다는 사람이 많이 죽는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그의 외모를 자세히 보겠노라 호언장담하며 바다에 스스로 빠지는 인간이 많기 때문이지요. 그를 발견한 사람들은 처음에 세이렌이라며 놀라기 일쑤입니다. 하지만 그는 노래를 하지 않습니다. 그저 수면 위를 구경하고 있었을 뿐입니다. 그러니 사람들이 무수히 죽어나가더라도 그의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지요. 왜냐고요?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걸요. 정말로요!